1. 동성동본제도의 연혁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동성혼을 금지하여 이에 위반한 자에게는 대명률의 규정에 따라 처벌하였다. 특히 조선시대의 영조대에 와서는 이 원칙을 더욱 확고히 하여 동성이본(同姓異本)간에도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을 속대전(續大典)에 두었었다.
역사적 사료에 의하면 신라시대에는 계급적 내혼제(內婚制)가 성행하였고, 고려시대에도 이를 답습하여 계급적 내혼제, 동성혼 및 근친혼이 성행하여 왕실이나 귀족계급에서는 재종형제자매, 종숙질간의 근친혼이 이루어졌었다. 따라서 이 원칙은 조선시대에 중국의 영향에 의하여 발생되었고, 오랜 기간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어 확고한 관습이 되었으며, 「민법」 제809조 제1항에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원칙이 대체로 주(周)나라 시대에 종법제도가 완성되면서 시작되었고, 한(漢)나라 시대에 와서 확정적으로 성립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930년에 개정된 중국민법에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금혼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합리적인 법률개정이 단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법이 이 원칙을 고수한 것은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2. 동성동본불혼제도의 운용과정
고대에는 인구가 매우 희소하여 한 부락에 사는 동성자(同姓者)는 거의 근친이었기 때문에 윤리적인 견지와 우생학적인 견지에서 이러한 동성동본불혼제도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산업사회가 형성되면서 교통이 발달하고 인구의 이동이 급격해진 현대에 와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의 동성자가 단지 시조가 같다는 이유로 근친자가 아닌 자 사이까지도 혼인을 금지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이 제도를 폐지하려고 하였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동성동본불혼제도 폐지안이 통과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그러면서도 1977년 12월 31일 「혼인에관한특례법」(법률 제3052호)을 제정하여 기존에 동성동본인 사이에 사실혼관계에 있으나 「민법」 제809조 제1항에 위배하여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부부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은 한시법으로 단지 1년간만 효력을 갖는 것이었다. 이후 1987년 11월 28일 「혼인에관한특례법」(법률 제 3971호)이 다시 한시법으로 제정되었고, 1995년 12월 6일에도 1년 동안만 효력을 갖는 동일한 법률(법률 제5013호)이 제정되어 동성동본불혼제도는 이미 의미를 상실한 제도가 되었다.
3.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헌법재판소는 1997년 7월 16일의 결정(헌재결 1997.7.16. 95헌가6 내지 13 병합)에서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되었으며 경제적으로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인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동성동본금혼을 규정한 「민법」 제809조 제1항은 이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과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며, 또한 그 입법목적이 이제는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8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1999년 1월 1일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결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1998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법률개정작업이 없었으며,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1999년 1월 1일「민법」 제809조 제1항은 효력을 상실하였다. 이후 법원은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를 금혼대상범위로 내정하여 근친혼의 경우에는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2005년 3월 31일 「민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민법」 제809조 제1항의 동성동본금혼제도는 폐지되고 근친혼금지제도를 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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